재즈와 Miles Davis

첫 악기를 클래식 기타로 해서 그런지 예전부터 탱고나 보사노바, 재즈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본격적으로 재즈를 즐기게 된건 역시 카우보이비밥때문일 것이다.

카우보이비밥은 1998년도에 만들어진 일본 애니메이션인데, 특이하게도 애니메이션에 수록된 OST가 재즈와 블루스를 바탕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재즈는 1920년대 초 뉴올리언스 재즈를 시작으로 해서 스윙, 비밥, 하드밥, 쿨재즈, 프리, 퓨전 등으로 발전해나가는데 카우보이비밥에는 당연히 비밥과 하드밥이 주를 이룬다.
참고로 하드밥이란 이런 음악이다.

이런 장르가 좋다면 Charlie Parker의 앨범을 좋아할 것이다.

한동안은 비밥이 너무 좋아서 비밥 특유의 리듬을 체득해보겠다고 죽어라 연습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러다 질려버려서는 라디오헤드나 향니같은 사이키델릭에 빠져살았었다.
그러다 다시 자연스럽게 John Coltrane의 프리 재즈나 Bill Evans의 쿨 재즈를 접하게 되면서 2차 재즈앓이가 시작됐고
요즘엔 Miles Davis가 보여주는 재즈 역사의 일대기를 답습하는 중이다.

Miles Davis를 좋아하게 된 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주류 재즈의 변화에는 항상 Miles Davis가 선봉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Miles Davis의 곡을 천천히 감상해봐야겠다고 결정한 계기기도 하다.

Miles Davis의 일화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1987년에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Ray Charles의 기념 연회 일화이다.
어떤 백인 여성이 Miles Davis에게 당신이 뭐 중요한 일 하나 한게 있냐고 거들먹거리자 Miles Davis는 “음.. 글쎄..? 음악을 한 대여섯번 바꿔놨던가?”라고 받아친다.

Rattled, the woman asked him, “What have you done that’s so important in your life?”
Again, Davis had a ready answer.
“Well,” he said, “I’ve changed music five or six times.”

“Miles Davis: The Man Who Changed Music”, Rollingstone.com, 1991. [링크]

당장 들어볼 음반만 해도 많지만 우선은 in’ 4부작이라 불리는 Cookin’, Relaxin’, Workin’, Steamin’을 감상하는 중이다.
모든 앨범에 John Coltrane이 테너 색소폰으로 참여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Dave Brubeck을 포함한 당시 유명한 재즈 연주자들이 작곡에 참여했다.
다만 이 당시 Miles Davis Quintet 멤버들은 모두 극심한 약쟁이었고, 언젠가 겨우 약물 중독에서 빠져나온 Miles Davis가 다른 멤버들을 무척 싫어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애초에 이 당시 재즈 판은 죄다 약쟁이 투성이다.

이후의 내용은 곡 감상이 끝나고 시간이 나면 계속 채워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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