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학원에 온 계기는 단순했다.
연구가 재미있어서였다.
하지만 실제로 대학원에서 하는 연구라는 것은 단순히 실험하고 논문을 쓰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연구라는 것은 연구를 연구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 준비행위와 연구 수행 단계에서 필요한 모든 행정적 절차, 연구 종료 단계에서 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포함한다.
이런 것들을 종합했을 때 사실 순수한 ‘연구’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이것이 (적어도 필자가 경험한) 국내 대학원에서의 연구라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배워왔다.
대학원에서의 학위과정이라는 것은 배우는 과정이다.
학위과정은 더 많이 알고 더 깊게 파기위해 배워나가는 과정이란 측면도 있지만, 한 명의 독립된 연구자로서 독립된 연구를 스스로의 힘으로 성립시키고(펀드를 따내고) 수행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곧 대학(원)에서의 온갖 부조리가 정당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일이든 대학(혹은 연구실)의 일을 하는 건 곧 연구를 배우는 것이고, 학위과정생은 연구를 배우기위해 스스로 돈을 내고 자처해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만족하며 지내고있다.
다행히도 필자는 연구를 성립하는 과정 자체에도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원을 지망하는 많은 학부생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대학원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다른 곳이다.
대학원은 대학교 5,6학년 하러가는 곳이 아니라 연구자로서의 길을 닦아내는 곳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구실 혹은 대학에서의 수많은 제도적 부조리(특히 돈과 관련된)들을 견딜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멍청했고
그렇기때문에 해외로 나가질 않았다.
어찌보면 멍청함에 대한 대가를 이렇게 치르는 중일지도 모를 일이다.
해외에서만큼은 다를 거라는 그런 망상을 해보며 이 정도로 글을 마친다.
다음은 읽어보면 좋은 글들이다.
Bakwi 블로그의 랩 아포칼립스
김민섭씨가 집필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