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묵었던 Hanoi Luxury House & Travel에서 닌빈 투어를 추천해주길래 다녀왔다.
여행사가 어딘지도 모르고 덥썩 가겠다고 한거라, 점심식사 할때서야 Vietnam Daily Tours 여행사라는걸 알게됐다.
난 또 그 흔하다는 Sinh Tour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가격은 명당 $40
물론 팁까지 포함하면 $50 가까이 나온다.
다만 현금이 얼마 안남아있어서 좀 팁을 야박하게 주고나오긴 했다.
아니 그전에 팁 주기도 싫었다
한마디로 닌빈 당일투어는 별로였다.
뻔하고 느릿느릿한 일정에, 재미도 없었다.
우리가 갔던 코스는 호아루 사원 – 땀꼭 투어였는데 (닌빈은 호아루, 짱안, 땀꼭을 아우르는 지역 이름이다)
호아루 사원 구경 – 중식 – 땀꼭 보트투어 – 땀꼭 자전거 타기로 구성됐다.
사원 구경이야 사실 재미도 없고 애매했다.
한국에도 그런덴 많아요
중식은 별로 기대도 안했고, 딱 그정도였다.
보트투어는 최악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보트타고 쭉 갔다 쭉 오는게 다인데
보트투어에서 팁을 요구하는게 너무 노골적이라 그날 내내 기분이 안좋았다.
그나마 좋았던건 자전거정도?
활동적인게 좋아서 그런가 자전거 재밌게 타고왔다.
아니 애초에 연구실 밖이면 다 재미있던가
일단 가는 버스부터다.
신투어 버스가 매우 안좋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적이 있어서 각오를 좀 해뒀었는데
UniCharm Cruise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되는 투어 버스가 왔다.
자리가 좀 좁은 것도 있었지만 기대했던것보다는 좋았다.
그리고 호아루 사원
역사공부하고왔다고 생각한다.
옛날엔 호아루 왕조가 두 개 있었고, 어쩌구저쩌구
베트남에서 노란색은 돈, 빨간색은 행운을 뜻하고
호아루 왕조는 5가지 색의 깃발을 쓰는데 다 무슨 뜻이고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국기와 호아루 왕조 깃발, 불교 깃발의 세 가지 깃발을 같이 걸어놓는다 등의 얘기를 들었다.
재밌는건 사원 곳곳에 한자가 적혀있는 점이었는데
물어보니 중국 한자가 아니라 베트남 한자라고 한다.
마치 일본식 한자, 한국식 한자같은게 아닌가 싶다.
호아루 사원을 갔다와서 엄마와 함께 외국인들로부터 소외감을 열심히 버텨낸 후
땀꼭에 보트를 타러갔다.
마침 해가 쪄서 베트남 전통모자인 농을 30k동에 두 개 샀다.
지금 말하는 거지만 절대로 사지 말자
우리는 해가 다시 구름에 가려서 별로 필요도 없었지만
해가 쪘어도 굳이 들고다니기 힘든 농을 살 필요가 있었겠나 싶다
세 개의 동굴을 지나서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한시간 반정도 걸린다.
마지막 동굴 지나면 잡상인들이 달라붙어서 뭘 사라고 부추긴다.
이 때 뱃사공에게 마실걸 사드리면 적당히 경치 좋은 곳에서 배를 멈추고 좀 구경하게 해준다.
아니면 도로 간다.
무슨 퀘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부터 기분이 상했다.
가방에 먹을걸 좀 챙겨와서 사공분한테 좀 드리긴 했는데, 뱃사공은 내내 꿍한 얼굴이었다.
팁도 60k동이나 주고 나왔는데, 꼴랑 이게 뭐냐는 표정이었다.
사실 그동안 팁을 정말 후하게 주면서 다녔는데, 닌빈와서는 팁줄 생각이 하나도 안들었다.
팁 안주면 싸움날거같아서 주고나온 기분
팁 주고나서 기분 나쁠거면 애초에 안줬을걸 아직도 후회한다.
보트 투어가 끝나면 바로 앞에서 자전거를 빌려 자전거를 탄다.
우리 가족은 UniCharm Cruise에서 자전거 체험을 해봤기 때문에
자전거를 꼼꼼히 체크해가며 탔다.
참고로 안장 높이를 맞출 생각은 하지 마라.
어차피 죄다 망가져있을테니
브레이크 잘되는지, 페달 잘 돌아가는지만 보면 된다.
그래도 재밌게 본건 베트남의 농업 환경이다.
가이드 말로는 베트남이 워낙 농업 환경이 좋아서 3모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남부 일부지역에만 2모작이 가능한걸로 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아 계단식 논이 형성될수밖에 없는 반면
베트남은 평지가 많아 자동농업이 활성화될 여지가 크다.
스마트팜 시장은 베트남을 노려야한다.
여행이 끝나고 가이드에게 50k동을 팁으로 줬더니 표정이 썩 좋지는 않다.
다음부터는 베트남에 10% VAT 붙는다고 생각이라도 해야하나
팁문화권 나라 여행하기 참 힘들다
배가 고파서 오바마가 먹었다던 분짜집을 가기로 했다.
흐엉리엔은 구시가지에서 더 내려가 호안끼엠 호수 남단에 있다.
오바마 세트라는게 있어서 그걸로 2인분 주문해 먹었는데, 매우 만족스러운 한끼였다.
오바마 세트는 분짜 + 해산물 스프링롤 + 맥주 한잔으로 나온다.
해산물 넴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따뜻한 분짜국물도 마찬가지. 분짜닥킴은 분짜국물이 미적지근하다.
다만 가성비가 다른 곳들에 비해 안좋다.
양도 적고, 향채도 좀 적고, 가격은 90k씩이나 하고
그래도 넴이 맛있어서 엄청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으로 호엔끼엠 호수에서 시간을 보내다 공항으로 출발했다.
호엔끼엠 호수도 거닐다보면 재밌는게 많다.
귀국할땐 대한항공 운항이 없어서 공동운항편인 진에어를 탔다.
자리가 없어서 시트를 뒤로 젖힐 수 없는 좌석을 배정받았는데 역대 최악의 비행기 좌석이었다.
왜 하필 그런 자리를 받게된 건지
기내식도 최악, 좌석도 최악, 심지어 연착까지 해서 더 최악이었다.
기내식이라도 괜찮았으면 좀 정상참작을 해주었을텐데, 승무원 친절한걸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최악이었다.
아쉽게도 진에어는 이번 한번으로 나와 내 주변의 평생동안의 신뢰를 잃었다.
전리품으로 가져온 수정방은 굳이 진에어 아니라도 받을 수 있는거라서 진에어는 정말 변호할 수단이 없어졌다.
아무튼 여행은 잘 다녀왔다.
엄마는 벌써 향수가 생겨서 여독에 힘들어하신다.
대학원 들어오고 이렇게 엄마와 오래있던것도 처음이라
여행 다녀오고 다시 헤어지니 가슴이 많이 답답하신듯하다.
나도 덩달아 답답하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서, 우리는 항상 끝을 염두해두며 삶을 살아가야 한다.
행복도 불행도 어딘가에는 끝이 있는 법이고,
그렇기에 어떤 시작에도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법이다.
혁오의 노래가사처럼 행복한 지금이 그래서 불안하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인 이상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은 그렇지 않다.
지금에 취해있지 말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한다.
희노애락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희노애락을 느끼되 금방 저버릴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이 나를 지배하게 두면 안된다.
감정과 공존해야한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도 나도 그게 정말 안된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더더욱 부모님과 붙어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행도 지금보다 더더욱 많이 다녀야겠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돈이 대수가 아니다. (사실 여행가려면 돈도 필요하겠지만)
그게 이번 여행의 귀중한 교훈이다.